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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우림 9집 - Goodbye, Grief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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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우림 정규 9집

누구나 스물이 되면 거창한 꿈 하나 정도는 꾸는 법이다. 그런데 그걸 ^20대의 무한한 가능성^ 따위로 포장해서 선전하는, 청춘 보부상들을 나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. 이를테면 ^아프니까 청춘이다^처럼 청춘을 스테레오타입화하는 지루한 문구들. 그 이전에 필요한 건,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직시다. 일례로, 자우림은 8집의 오프닝 트랙 ^Happy Day^의 부기에 밴드의 세계관을 ^패배주의적이면서 동시에 낙관적^이라고 정의했던 바 있다. 9집 의 첫 싱글 ^이카루스^에서 그들은 이걸 ^사소한 비밀 얘기 하나^라고 노래한다.

^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소한 비밀 얘기 하나,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.^

이 곡의 성취는 특별하다. 지난 싱글 리뷰에서도 언급했듯, 자우림 9집의 유전자 정보가 이 곡 하나에 다 들어있다. 선동적이면서도 도취적인 김윤아의 기품 있는 보컬,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멤버들의 능란한 연주, 인상적인 주요 멜로디와 그 뒤를 부드럽게 감싸는 보컬 하모니, 점층적인 구조로 현명하게 조율된 곡 전개 등, 2000년대 이후 자우림이 발표한 최고의 싱글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.

우리는 그러나 이 곡이 앨범의 10번째에 실려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. 첫 싱글인데 음반의 후반부에 위치해 있다니, 이건 명백히 스토리텔링을 고려한 배치라고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이다.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스트링 세션으로 문을 여는 첫 곡 ^Anna^에서 화자는 ^안나^에게 처절하게 버림받은 상태에 놓여있다. 자연스럽게 안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형성될 것이다. 뒤를 잇는 곡의 제목은 ^Dear Mother^다. 그렇다고 해서 ^Dear Mother^에서의 엄마가 안나라는 식의 결론은 단면적인 만큼 위험해 보인다. 그보다는 이 두 곡의 주인공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지점을 겨냥해야 할 것이다. 바로 삶에 대한 ^좌절^과 상대방에 대한 ^죄의식^이다.

이런 주제에 맞춰 자우림이 연출해내는 사운드는 장르를 무람없이 오가면서 듣는 이들을 끌어당기는데 성공한다. 예를 들어 ^Anna^에서는 피아노 연주와 현악 사운드로 스케일을 장악해나가면서 밀어붙이고, ^Dear Mother^에서는 잔잔했던 초반부의 흐름을 가스펠풍의 리듬과 코러스로 갑작스럽게 변환시켜 혼란스러운 내면을 인상적으로 표현해낸다. ^님아^ 역시 마찬가지다. 자우림은 이 곡에서 로큰롤 비트와 마치 시조를 연상케 하는 가사에 구성진 가락을 결합시켜 사랑에 빠진 화자의 심정을 묘사하고 있다. 기타와 건반 솔로가 현란하게 부딪히는 후반부가 특히 만족스럽다.

기쁨의 순간은 그러나 잠시 뿐이다. ^템페스트^가 노래하듯 ^폭풍이 다가오고 있는^ 까닭이다. 이 곡에서도 자우림은 테마에 맞춰서 곡의 전개를 능란하게 풀어간다. 폭풍을 예고하는 듯 둥둥거리는 드럼 연주을 근간으로 삼은 뒤 사운드를 겹겹이 쌓아가고, 마침내는 강렬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와중에 격렬한 톤으로 폭발을 일궈낸다.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, 강렬함과 격렬함 사이의 뜨거운 합선(合線)이 곧 자우림 음악의 요체다. 이처럼 자우림 같은 좋은 록 밴드는 음악을 함에 있어 원심력과 구심력을 동시에 구현할 줄 안다. 척력으로써 완성도를 거머쥐고 인력으로써 설득력을 확보한다. 누군가 나에게 이에 대한 모범적인 예시를 묻는다면, ^이카루스^나 바로 이 곡 ^템페스트^를 일착으로 거론할 것이다.

^I feel good^은 ^템페스트^와는 반대로 화사한 기운이 곡 전반에 퍼져있다. 이 곡에서 아픈 기억을 지워버린 주인공은 잘 될 것만 같은 예감과 함께 폭풍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인생길에 오른다. 스트록스(The Strokes)풍의 세련된 로큰롤을 기반으로 하는 이 곡도 사운드와 가사가 불가피한 형식으로 결합되어 있어서 도대체가 체위변경이 불가능한 수준을 쾌척한다. 이 곡을 떠나 이번 9집 전체가 굴삭해낸 가장 큰 성취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.

이어지는 ^스물다섯, 스물하나^에서 분위기는 다시 전환된다. 스물다섯, 스물하나의 날들을 추억하는 화자는 떠나간 당신을 멜로디만큼이나 애절하게 호명한다. 여기에서의 당신을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갈구할 수밖에 없는, 청춘의 그 어떤 찰나라고 받아들여도 좋겠다. 당신(이라는 청춘)은 어딘가에서 확실하게 존재하지만, 나의 부름은 결국 너라는 존재의 의미에 가닿지 못한다. 청춘의 비극은 이러한 존재와 의미의 간극 속에서 탄생한다. 이 순간, 청춘은 마치 무지개처럼 가까워지면서 멀어지는 것인데, ^무지개^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여기에 있다.

이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. 앞서도 강조했듯이 9집의 키워드는 ^좌절^과 ^죄의식^이다. 현실에 대한 좌절과 떠나간 누군가에 대한 죄의식은 청춘이라는 시절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다. ^이카루스^가 앨범의 10번째에 위치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. ^이카루스^는 ^좌절^과 ^죄의식^, 이 둘 모두를 품에 안고 마지막 곡 ^슬픔이여 이제 안녕^와 함께 9집의 대미를 장식한다. 그 어떤 작품이든 첫 싱글은 대개 음반의 표정을 상징한다. 이 곡을 괜히 10번 트랙으로 넣은 게 아니라는 의미다.

자우림은 이 음반에서 긍정주의라는 복음을 빌려 ^넌 할 수 있어^라거나 ^슬픔 따위 안녕^이라는 선(善)해석으로 듣는 이들을 마취하지 않는다. 그보다는 냉엄한 현실을 먼저 마주하라고 말한 뒤 ^이카루스^의 가사처럼 슬며시 용기를 불어넣어준다. 그러니까 뭐랄까. 마취제가 아닌 각성제로서의 음악이다.

다음과 같이 정리하려고 한다. 삶이라는 것은 결국 피할 수 없는 패배라고. 희망이란 건 그래서, 희망이 없는 상황 속에서만 겨우 간절해질 수 있는 거라고. 그제서야 우리는 조심스럽게, ^Goodbye, grief.^라고 노래할 수 있는 거라고.

추신: 이 글을 가사 자료 없이 썼다. 그럼에도 노랫말을 듣는데 어려움이 없었다. 김윤아의 탁월한 발성 덕분이다.

글, 배순탁 (음악평론가,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)
수록곡

DISC01. 9집 - Goodbye, Grief.
01. Anna
02. Dear Mother
03. 님아
04. 템페스트
05. I feel good
06. 스물다섯, 스물하나
07. 무지개
08. Dancing star
09. 전하고 싶은 말
10. 이카루스
11. 슬픔이여 이제 안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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